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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산울림의 노래들은 다음해에 발표된 2집에서 음악적으로 더욱 성숙하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1~3집에 담긴 노래들은 김창완이 대학에 입학한 71년께부터 만든 노래들이기 때문에 창작에서 완숙해졌다는 의미보다는 1집 녹음 경험을 통해 편곡과 세션이 진일보했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본 앨범은 이전 1집의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그들이 3집만큼은 아니지만 좀더 과감한 실험성을 선보이면서도 연주에서 밀도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도 앨범의 퀄리티를 극대화시킨 작품이 되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안개 속에 핀 꽃’ ‘이 기쁨’과 같은 노래들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감성적인 연주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고, 김창완의 멜로디 중심의 기타 솔로는 탁월하다. 그는 테크닉적으로 뛰어나지는 않지만 솔로라인 진행만큼은 당대를 대표하는 기타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주목할 점은 김창완의 가사 쓰기인데, 그의 작법은 이전 작사가들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의 가사들은 매우 개인적이고 관조적이며 때로는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뜨겁거나 애상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드라이한 편인데도 매력적이라는 점이 남다르다. ‘어느날 피었네’에서 ‘어느 비오는 날 꽃을 심었어요/ 무슨 꽃이 필까 기다렸었어요/(중략)/ 밤에도 나가서 보곤 했지요/ 비오는 날이면 지켜 섰었어요’라는 가사는 노래를 직접 듣기 전에는 노래라고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이고, 마치 어린아이의 그림일기를 보는 느낌이다. 그의 말대로 작법에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고, 대중음악 창작에서의 지평을 넓혔다고 할 수 있다. “작곡할 때도 생각했던 것은, 사랑이 떠나가서 슬픈 사람이라면 눈물이 먼저 나오지 어떻게 ‘내 사랑 떠나갔네’하고 노래를 부를까, 라는 점이다”(김창완)라는 사고방식의 가사 쓰기는 90년대 들어와서 형성된 ‘개인의 시대’ 작법의 전범이라 할 수 있다. 이 모든 음악적인 분석을 넘어서 아직까지도 산울림을 얘기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의 노래가 매우 뛰어나서인데, 그 중심에는 산울림의 2집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명작인 1~3집을 넘어서는 후속작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그래서 산울림 초기는 전설 그 자체이다.
〈박준흠|가슴네트워크 대표 gase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