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100대 명반]23위 유앤미 블루 ‘Cry…Our Wanna Be Nation!’
입력: 2007년 11월 15일 09:44:30
1994년 유앤미 블루의 데뷔 앨범은 어찌 보면 대중적인 실패가 예고된 앨범이었다. 뉴욕에서 건너온 두 청년의 사운드와 연주는 충분히 세련됐지만 그들이 다시 찾은 고국의 ‘낯섦’만큼이나 우리에게도 그들의 음악이 낯설었다. 이들이 들려준 모던록 사운드는 이미 영미권 팝에 길들여진 마니아들에겐 새롭지 않았고, 그렇다고 한국적 감성에 호소하기엔 가사가 대중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앨범 자체는 훌륭하지만 어디에도 지지받을 수 없는 ‘코메리칸(Korean-American) 블루스’였고, 시대와 장소를 잘못 택한 ‘저주받은 걸작’이었다.

하지만 2년 뒤 발표한 2집은 달랐다. PC통신에는 지지자가 늘어갔고 홍대앞 ‘블루데빌’에서의 라이브는 입소문을 타고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 무엇보다도 1집의 ‘낯섦’이 유앤미 블루만의 색깔로 바뀐 것이 큰 이유였다. 이들은 스스로 ‘차별의 나라’라는 한국에 적응했다. 그리고 그 차별의 벽을 넘어 대안을 위해 ‘얼터너티브’를 택했다. 비록 대중적인 결과는 1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도, 2집은 분명히 진보했다.

오프닝 ‘지울 수 없는 너’에서의 사운드 스케이프는 한편의 영화를 떠올리게 할 만큼 넓고 깊어졌다. 가사의 돌려 말하는 화법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 노래에선 “사랑해 내게 돌아와”라고 고백한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엔딩을 장식했던 ‘그대 영혼에’는 1집부터 혐의를 받았던 U2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들의 음악에서 U2를 느끼는 이유는 보노를 연상시키는 이승열의 보컬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곡에서처럼 아련하게 깔리는 기타 톤의 인상도 한몫한다. ‘천국보다 낯선’은 1집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드라마틱한 전개와 연주는 1집을 뛰어넘었다. ‘지울 수 없는 너’와 함께 두 가지 버전으로 실린 ‘그날’은 이 앨범을 대표하기에 손색이 없다. 라이브의 감성을 담으려고 했다는 이들의 말처럼 이 앨범은 이후 발표가 좌절된 라이브 앨범에 대한 아쉬움을 더 하게 한다.

90년대 중반을 대표할 만한 수작임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1집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외면을 받았다. 이후 그룹 해산을 거쳐 방준석은 ‘후아유’ ‘해변으로 가다’ ‘텔미썸딩’ ‘라디오스타’ 등의 영화음악을 감독하면서 음악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이승열은 유앤미 블루가 세상에 들려질 수 있게 한 제작자 송홍섭과 솔로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03년과 올해 발표한 2장의 솔로 앨범은 유앤미 블루의 작업 연장선에 서있다. 예전보다 밝아졌다고 하지만 유앤미 블루 시절 노래한 ‘소통의 부재’ ‘소외된 주변인’ 등의 정서는 아직도 유효하다.

각자의 활동에 분주한 두 멤버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의 공연을 통해 함께 무대에 서고 있다. 이를 보며 유앤미 블루의 재결성을 점쳐본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들에 대한 정당한 재평가를 확인할 수 있길 바라며, 덧붙여 10년 전에 빛을 보지 못했던 라이브 앨범도 이번엔 들을 수 있길 기대한다.


◇유엔미 블루 프로필

·결성 : 1994년

·구성원 : 방준석(보컬, 기타) 이승열(보컬, 기타)

·주요활동

-94년 1집 ‘Nothing’s Good Enough’

-95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OST: 그대 영혼에’

-96년 2집 ‘Cry…Our Wanna Be Nation!’

-98년 ‘컴필레이션 라이브 컬렉션 95~97’

〈황정|음악동호회 나무를사랑하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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