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산을 직장삼아 다닌지 2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나마 직장이기때문인지 직원이 되고 등산화, 등산용 배낭, 각종 보호대, 순찰용 의류가 지급되어 전에는 살 생각도 못한 물건들도 써보는 경험을 해보았다.
그렇다고 산에 오는 모든 탐방객에게 직원에 준하는 복장을 요구할 수는 없다. 나 역시 일터로 삼지 않았다면 쓰지 않을 물건들인데, 산에 등산화도 복장도 장비도 모두 준비된 탐방객만 받을 수도 없는 노릇.
그래도 그 중에 가장 처음 준비해야한다면 아마도 신발일 것이다.
산행을 한달에 한 번 이상 꾸준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등산화 사기도 사실 쉽지만은 않다. 등산을 막 시작하려는 사람이나 꾸준히 할 거 같지는 않은데 주변 사람들과 어쩌다 오게되는 경우나, 자신이 아니라 자녀나 배우자 등 같이 오게되는 사람에게 등산화를 준비하는 것은 사실 고민된다.
등산화의 대안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형 스포츠 브랜드에서도 아웃도어에 적합한 상품라인을 출시하고 있다. 나이키의 올 컨디션 기어(ACG), 아디다스의 테렉스(Terrex)가 대표적이고, 스트릿 슈즈 브랜드인 컨버스의 마운틴 클럽(MC), 반스의 마운틴 에디션(MTE) 등 상품라인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있고, 그 외 브랜드에도 아웃도어 활동에 맞는 신발들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나 요즘엔 트레일 러닝화 종류는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는 것 같다.
그 중 오늘은 아디다스의 테렉스에 대한 경험을 설명해보려고 한다.
아디다스 테렉스 신발을 처음 구매해 본 것은 2013년 초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도 국내 아디다스에서 판매하던 제품인데 290mm 제품을 구할 수 없어서 미국에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했던 겨울용 스노우부츠 제품이었다.

앞서 말한 브랜드 제품들 중에 아디다스의 테렉스 라인은 나름 등산화에 제일 가까운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다. 다만 국내 아디다스에서 판매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거나 제한적인 수량으로 판매된다. 대신 테렉스 라인 의류에 대해서는 오히려 수도권 외곽 아웃렛에서 쉽게 구할 수 있던 경험이 있다.
아무튼 테렉스 신발은 내 경험상 산행하기에 나쁜 신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19년에도 테렉스 아그라빅 트레일 러닝화를 구매한 경험도 있고, 2013년과 비교하자면.
일단 2013년에 구매한 제품은 아디다스의 트랙션 밑창을 사용한 제품이고 스노우 부츠에 맞게 일부분에 대해 혹한기용 재질을 써서 눈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기능성을 끌어올린 제품이었다.

밑창의 몰드도 깊고 뚜렷한 모양으로 설상에서 팍팍 박히는 느낌을 받았다. 트랙션 밑창은 살짝 딱딱한 느낌이라 그립감은 좀 낮은 느낌이다. 아디다스 신발 내부 깔창도 탄력이 많은 편은 아니라고 느끼는데, 적어도 이 부분은 2019년에 구입한 아그라빅에서는 약간 개선된 부분이 밑창 고무 위로 아디다스 부스트 소재로 탄력성을 좀 올렸다. 제품에 따라 부스트 소재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사실 부스트 소재를 쓴다고 탄성이 많이 올라간 것 같은 체감은 잘 되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최근 테렉스 라인의 밑창은 컨티넨탈 타이어 밑창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2019년 구매한 아그라빅도 역시 컨티넨탈 밑창을 사용했는데 부드럽고 말랑말랑했다. 그만큼 그립감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신발이 로우컷 형태라 가끔 발목이 흔들리는 불편이 있었고, 트레일 러닝화를 등산화처럼 3개월 정도 착용하니 돌기가 60%정도 닳아있었다;; 사실 이 부분은 나 같은 경우 한 달에 세 번이나 다른 산도 아니고 설악산을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된거 같고 어쩌다 산행하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트랙션 밑창 제품도, 컨티넨탈 밑창 제품도 다 판매중이고 상품에 따라 다른 것 뿐이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흔히 말하는 트레일화는 흙길, 비포장에 어울리는 신발을 말한다. 얕은 산이나 산책삼아 갈 수 있는 등산로 정도는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의 조금 큰 산의 경우는 등산로에 큰 돌이 많은 경우가 많아 발목을 잡아주는 미드컷이나 하이컷 형태의 신발이 돌길에서 부상을 방지해주기에 트레일화라도 로우컷 형태는 피하는 것이 경험상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2013년 구매한 테렉스 라인의 제품이 conrax제품이었는데 가장 최근 나온 conrax제품의 밑창은 파이브텐의 스텔스창을 사용하고 있다. 아디다스가 파이브텐 인수 후 테렉스 라인에 파이브텐 제품이나 스텔스 밑창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힘들다. 파이브테니나 슬루스 슬립온 같은 제품을 한국 아디다스에서도 판매한 적이 있긴 하지만 290mm는 찾기 어려워 구매하지 못했다.

오히려 파이브텐의 자전거 신발 종류는 한국 아디다스 공홈에서는 못구하지만 자전거 전문 온라인샵에서 구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다시 테렉스 신발의 경험담으로 돌아오면, 2013년 구매한 conrax 스노우 부츠는 정말 최고의 겨울 아웃도어 신발로 기억된다. 아직도 사용 중이고, 겨울용이라 겨울에만 신기때문에 보관 문제로 오래 못 신을까 걱정했지만, 앞코와 뒤꿈치쪽 밑창은 접착부위가 떨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앞볼 중간 옆부분이 점점 접착부위가 벌어져 이번 겨울이 이제 마지막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 겨울 산행에는 캠프라인보다 아디다스 테렉스 conrax가 더 안전하다고 느꼈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등산을 통해 답답함을 해소하고 건강을 찾고자 이제 막 등산을 준비하려는 분들께, 등산과 일상을 같이할 신발을 찾는 분들께, sns의 등산글 따라 무작정 운동화신고 산을 올라가보려는 분들께 살짝이나마 약간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은 반스의 마운틴 에디션(MTE) 신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