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미 나는 떠난 동아리이지만 그래도 남고 싶은 동아리.
동아리 활동에 남는 것이 무엇일까?
동아리가 학원이나 학교가 아닌 것처럼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처음부터 배워보자는 생각을 가진 이는 드문편이다.
호기심도 있고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적어도 동아리는 학과 수업마냥 빡빡하지 않을테니까.
뭐 그렇다고 동아리가 하고싶은대로 하고 마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여기서 시키는 일은 즐겁게 할 수 있을것 같아서일까.
선배들은 형,누나같았고 후배들이 생기면 또 부모님 같은 존재였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가르쳐주고, 함께 웃고 즐기며, 번번히 챙겨주는.
후배들에게 무슨일 있으면 위에서 나서는 것보다 바로 위 선배인 너희들이 가봐야한다고 하시기도 하셨고.
힘들때 같이 술 한잔 기울일수있고, 그런 날 선배 앞에서 한번쯤 주정도 부려보고.
내가 동아리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워 한 것은 많은 선배들과 지내봤다는 것.
지금까지 자주 연락하는 선배님들은 많진 않지만,
94학번 선배님들부터 술자리, 동아리 활동을 같이 해왔다는 것은 나에게 큰 재산이다.
선배님들 처럼 나는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었을까?
사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바로 한 학년 아래 후배들에게는 군대를 가면서 가장 많이 같이 보낼수 있었던 시간을 같이 하지 못했고,
군대를 다녀와서는 겉돌고.
그들에게 좋은 이정표를 제시하지 못한 것 같다.
올바른 동아리 생활의 모범답안은 없다.
활동하는 인원들이 만족한다면 더 바랄것이 없겠다.
다만 동아리에서 같이 활동한다면 우리는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형은 동생들을 부리기만 하는것 같지만, 동생들 뒷바라지도 하듯이.
동생이라고 시키면 시킨다고 곧이 곧대로 하는 것도 아니듯이.
형제가 싸우면 부모님이 와서 정리시키듯이.
선배가 있고 동기가 있고 후배가 있고,
서로 동아리에 추구하는 것은 다를 수 있어도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나는 동아리를 다니면서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과 나름대로의 손재주를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난 동아리에서 그 생각을 실천하면 됐었다.
그것이 그림이든 조형물이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다른 사람과 같이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도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때 우리들은 서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됐었고,
개인의 갤러리를 공개하고,
서로의 갤러리에 비평가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당시 생활을 생각해보면 엉뚱한 얘기로 공강시간을 보내고, 같이 백록관 식사를 하러 후문에서 부터 달려와 같이 백록관 밥을 먹고, 동방은 너저분하고 시끄러워도,
모임시간 2시간은 진지했다.
어느 누구는 그리는 것에,
또 어느 누구는 그림을 가르치는 것에,
또 어느 누구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그리고 2시간이 지나면 짧은 축제가 시작된다.
때로는 동방에서,
때로는 누군가의 자취방에서,
때로는 학사주점에서,
때로는 후문의 어딘가 술집에서.
뭐 생각해보면 처음엔 남고 싶어서 남았다기 보다 약간의 강압이 있었긴 했지만,
술이 들어가고 대화가 오가면 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그런 자리가 없으면 허전했던것도 사실.
지금와서 이렇게 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될리가 없다.
무얼하든 너희들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라.
그리고 대화를 많이 해야한다.
진심을 드러내는 대화를 해야 그 사람과 더 가까워 지고
그렇게 여러사람이 연결되야 튼튼한 동아리가 되지 않을까
나는 지금도 동아리가 좋다.
그리고 동아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같은 공간을 통해 안부를 전했으면 좋겠다.